미국 서부 여행 2일차 :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자전거 투어
호스텔에서 여행 정보를 나누던 중 친구를 알게 됐다. 그는 오늘 금문교 자전거 투어를 간다고 했다. 마침 나도 자전거 투어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오전에 같이 따라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이 큰 후폭풍을 낳게 되었다…
자전거는 블레이징 새들스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자전거 대여 업체에서 빌리게 되었다. (불타는 안장…)
HI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호스텔에는 안내서를 비치하고 있는데 이 안내서를 가지고 가면 할인을 해준다.
그런데 정말 왠만하면 가이드 투어를 하자. 이유는 후에 설명하겠다. 밖에 나설때는 보조 배터리도 꼭 챙기자!
아침에 나선 샌프란시스코 거리는 정말 활력에 넘쳤다. 이곳에는 버스, 트램, 모노레일, 자전거, 스케이트 보드, 자동차 등 온갖 것들이 거리로 몰려 나왔다.
인상 깊은 것이 이곳에는 자전거를 위한 도로가 따로 예비되어 있었다. 도로도 넓어 차들도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한국 처럼 도로가 좁은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전거 통행을 위한 수신호, 안전 헬멧등을 착용하고 거리에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누벼 봤는데 정말 굉장히 편했다. 정말 자전거를 탈 맛이 난다고나 할까.
보라색의 메이슨 스트리트에서 별들이 몰려 있는 Pier 39를 통해 금문교를 가는 루트를 택했다. 메이슨 스트리트에서 피어 39(피셔맨스 워프)까지는 엄청난 언덕길이므로 페리 빌딩을 거쳐서 돌아서 피어 39 그리고 금문교를 가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길들이 굉장히 잘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익히면 굉장히 편리하다. 예를 들면 메이슨 스트리트라고 하면 그 직선이 쭉 메이슨 스트리트다.
그리고 메이슨 스트이트와 비치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 (Mason Street X Beach Street) 을 보면 특정 위치를 굉장히 잘 찾을 수 있다. 자전거를 빌릴 때 지도를 주는데 이를 꼭 잘 간직하자.
이곳이 핫한 페리 빌딩이다. 오른쪽에는 파머스 마켓이 요일에 따라 작게 들어선다. 페리 빌딩 1층에는 다양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블루 보틀 커피를 마셨다.
블루보틀 커피는 맛이 생각보다 깔끔한 정도 였다. 뭔가 엄청 혁명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인상 깊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커피) 가 싼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블루 보틀 커피는 4달러 정도 했던 것 같다.
페리 빌딩 1층 아케이드에서는 구경할 것이 많고 뒤쪽으로 나오면 샌프란시스코의 황금 같은 날씨에 페리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는 정말 샌프란시스코에 온 기분이 났다. 상쾌한게 엄청 좋았다. 이 햇빛 아래 앉아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예전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길이 배로 오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페리 빌딩이 엄청 북적거렸다고 한다. 지금은 비행기가 기본 수단이다보니 마켓 플레이스로 리모델링을 했다. 2층에는 사무 공간들이 있는것 같았는데 개인 프로퍼티라서 안에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어쨌던 페리 빌딩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진취성을 상징하는 건물이라고 한다.
페리 빌딩을 건너 피어 39, 피셔맨스 워프를 거쳐 금문교로 향했다. 마지막 언덕길 (uphill)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문교 비지터 센터에서 물을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금문교에 올랐다.
금문교는 굉장히 시끄러웠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때문이다. 금문교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은 아름 다웠다.
안녕, 금문교!
금문교에서 미국 친구와 헤어지기로 했다. 너무 잘 안내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원래는 미국친구와 골든게이트 공원쪽을 통과해 같이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시차 때문에 너무 피곤했다. 금문교를 건너서 소살리토에서 페리를 타고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이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
소살리토까지는 길을 찾기가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내리막길이 계속되어서 재미있게 왔다.
페리를 타는 줄을 찾았는데 블레이징 새들스에서 미리 페리를 타고 올 거라고 이야기를 했으면 페리 티켓을 같이 준다. 하지만 나는 페리를 타고 돌아올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페리 티켓을 구입해야 했다.
가보면 줄이 많이 서있는데 이는 페리를 타는 줄이다. 그 줄 말고 옆에 있는 티켓 자판기에서 클리퍼 카드를 사자.
내릴 때 클리퍼 카드를 찍으면 된다. 샌프란시스코의 버스 카드 같은 건데 뮤니 버스나 메트로, 페리까지 다 된다.
클리퍼 카드를 타고 자전거를 가지고 줄을 기다려서 페리를 타면 된다.
페리는 종착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 나는 피어 39에 도착하는 페리를 탔다.
물살을 가르며 피어 39에 도착한 나는 블레이징 새들스에 자전거를 반납하러 갔다. 그런데 그 직원 왈 자기가 빌린 자전거 지점에서 반납을 해야 한다. 헉…
아이폰을 봤더니 밧데리가 간당간당하다. 여행을 할 때 보조 배터리는 필수다! 이 다음부터는 보조 배터리를 잘 가지고 다녔다. 휴 아이폰은 사고 좀 지나면 배터리가 금방 간당간당해져서 문제다.
올때는 미국 친구가 길을 안내해줬기 때문에 나는 메이슨 스트리트로 돌아가는 길을 잘 모른다. 샌프란시스코는 길도 엄청 복잡하다!
블레이징 새들스 피어 39 지점에 이야기를 해보려다가 모험을 해보고 싶어 찾아가기로 했다. (절대 그러지 말자… 왠만하면 투어를 이용하고 나같은 경우에 처한 사람은 피어 39 지점에 도움을 요청하자. 그러면 팁을 주더라도 그 직원들이 가져다 줄것 같다.)
그 때부터 나의 수난은 시작됐다. 길을 거꾸로 가기도 하고 언덕길을 오르기도 하고 아이폰 배터리는 바닥이 나 버렸다. 지도 한장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결국에는 길을 찾았다. 역시 사람은 궁지에 처하면 무슨일이든 한다. (하지만 그런 궁지에 절대 처하지 말자. 특히 여행에서는 ㅠㅠ)
중간에 살기 위해 먹은 부딘의 클램 차우더. 아무것도 못먹었던 나에게 한줄기 힘이 되주었다. 정말 원시인처럼 멋었다.
참고로 부딘은 체인점으로 피어 39 말고도 샌프란시스코 이곳저곳에 있다. 다운타운에도 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완전 뻗어 버렸다. 앞으로 여행이 걱정이 됐다. 나는 머리가 커서 분명 큰 두뇌를 가지고 있을 텐데 가끔 왜이렇게 멍청한 짓을 할까…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이런 나라도 잘 보둥보둥하면서 살아야지.
이번 여행은 나약한 내 자신을 돌아보고 독립심을 기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왔다. 그리고 이 직감은 잘 맞아 떨어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길을 해맬 때 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던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모두 나에게 친절하게 길을 알려 줬으며 모두 도와주려고 했다. 처음의 샌프란시스코의 인상과는 다르게 그들은 매우 친절했다. 그리고 나중에 느끼게 되었지만 노숙자들도 친절하다. (물론 주의는 해야 한다.)
많은 것들이 편견이었음을 조금씩 느끼게 되며 샌프란시스코를 조금은 좋아하게 됐다.
세상에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존 레논의 이매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