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 1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삶이 소중하게 되는 마법 같은 말이 있으니 바로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Time is running out.
2주간의 여행도 이제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천사들의 도시 로스엔젤레스다. 아침부터 구경을 하고 싶어 일찍 나섰다.
오늘의 일정은 할리우드 대로 -> 버스 이동 -> 멜로즈 애비뉴 -> 도보 이동 -> 그로브, 파머스몰 이었다. 도보는 조금 거리가 있기는 했는데 날씨도 괜찮고 치안도 나쁘지 않아 괜찮았다.
다음에 간다면 멜로즈 애비뉴에 있는 가게들을 여유롭게 보면서 갈 것 같다.
헐리우드에는 미국 사람들이 아침에 따끈한 커피를 한잔 들고 일을 하러 가고 있었다. 커피가 시급했다.
USA 헐리우드 호스텔은 헐리우드 대로변의 약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 말은 조금만 올라가면 헐리우드 대로가 나온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대로는 사실 굉장히 작은 도로이다. 도로 변에 다음과 같이 별모양의 타일과 사람들의 이름이 전시되어 있다.
생각보다 엄청 깨끗하거나 화려한 거리는 아니었다. 어제 밤에 잠깐 나와봤는데 치안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관광객들이 많아 치안이 좋다고는 하지만 내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TCL 차이니즈 극장 근처에는 역시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이나 시디를 강매하는 흑인들이 있었다. 이들이 주는걸 받지 말고 거절하거나 No thanks 피하자. (라스베가스와 다르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어쨌든 TCL 차이니즈 극장 근처에 가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옆에 쇼핑몰을 구경했다. 쇼핑몰에서는 헐리우드 간판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사실 이게 다였다. 이날 나는 조금 일찍 갔는데 그래서 그런지 TCL 차이니즈 극장 바로 앞에 손바닥을 찍어 놓은 바닥은 막혀 있었다. 시간 때문에 그런건지 다른 것 때문에 그런건지 조금 지나니 길이 통제가 되고 무슨 촬영이 시작됐다.
헐리우드 대로 (blvd = 블러바드 = 대로)는 생각보다 작았다. 이런 곳이 영화 촬영의 중심지의 역할을 하더니 조금 놀라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기나 명예를 위해 이곳을 향해 찾아오고 실망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헐리우드가 그렇게 반짝반짝 거리는 예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쇼핑몰에는 헐리우드에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은 판들이 이어져 있는 길들이 있었다. 아마 여러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버스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보았는데 그런 투어도 엘에이에서는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그냥 편한 자유 시간을 보내고 싶어 혼자 계속 여행하기로 했다.
헐리우드에서 대략적으로 관광을 마치고 그로브와 파머스 마켓으로 향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멜로즈 애비뉴에서 내려 핑크스 핫도그를 먹었다.
여기 칠리 핫도그는 유명하다고 한다.
내 영어가 완벽하지 못했는지 칠리도그 한개를 주문했는데 3개가 나온다. 당황해서 1개 시켰다고 하니깐 그냥 쿨하게 1개를 줬다. 물론 찝찝하기는 했다.
밖에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햇빛을 째면서 먹었다. 한개는 조금 아쉽다. 두개를 먹을거 그랬나… 맛이 괜찮은 편이다.
엘에이는 11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더웠다. 추운 날이 별로 없다고 한다. 날씨는 조금 부러웠다… 그런데 더워서 가디건을 벗고 반팔에 자켓으로 바꿨다.
멜로즈 애비뉴에서 걸어서 더 그로브와 파머스 마켓으로 이동했다.
더 그로브는 현대적인 복합 쇼핑몰이고 파머스 마켓은 우리나라의 시장과 같은 개념이다.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정말 좋다. 이래서 천사들의 도시 하는구나.
더 그로브.
파머스 마켓
그로브에 반스 앤 노블이 있어서 사고 싶었던 책을 사기로 했다. 반스앤노블에 가서 구경하고 있으면 직원이 와서 잘 도와준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영문판으로 한권 샀는데 책 옆에 페이지선이 삐쭉빼죽하다. 잘못된 책인가 싶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퍼블리셔는 원래 그렇게 제본을 한다고 한다.
흠 특이하기는 했는데 펭귄 그룹의 책이라 믿고 샀다. 역시 책값이 싸지는 않다 ㅠㅠ
치즈케잌 팩토리에서 치즈케잌을 먹고 싶어서 갔는데 치즈 케잍만 사는 건 테이크 아웃만 된다고 한다. 그 때 거기서 테이크 아웃을 했어야 하는데…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런치를 먹게 된다.
파스타가 2만원 정도에 팁도 3~4불정도 준거 같다. 맛도 별로였는데 너무 아깝다. 치즈 케이크 팩토리는 나에게는 완전 별로 였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차라리 파머스 마켓에서 먹을걸 그랬다. 파머스 마켓에는 앉을 곳도 많았고 맛있는 것도 많았다. 소문과는 다르게 직접 체험해보니 별로 였던게 많다.
파머스 마켓에 싼 커피를 한잔 들고 앉아 있다가 베벌리 힐스를 구경가기로 했다.
리프트를 탔는데 운전사가 헤비메탈 가수 인것 같다. 같이 동승한 사람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점은 부러웠다.
음악을 하면서 부족한 수입을 리프트나 우버를 통해 잠깐 일하면서 버는 것 같다.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파트 타임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로데오 거리에 내리니 여러 명품 가게들이 있었다.
이런 곳의 옷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차마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의외로 중국인들이 다니면서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쇼핑을 즐기는 건가?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프라다의 옷인데 내가 입는 싸구려 점퍼들이랑 그렇게 몇천배씩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거 같은데…
아무리 부자도 옷을 여러 벌 껴입고 다니지는 않으니깐 말이다. 흠…사치품이란 사치품의 속성이 있으니깐 말이다.
베벌리 힐스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부의 상징. 베벌리 힐스. 도끼의 베벌리일스 음악에도 주제가 되었던 곳!
별거 없다. 그냥 엄청 넓은 부잣집 동네다… 볼게 없다. 가끔 투어버스들이 스타들의 집을 소개시켜준다! 하면서 돌아다니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베벌리 힐스는 정말 볼게 없었다. 시청보고 경찰서 같은데 보니깐 끝이었다.
미안… 베벌리 힐스…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헐리우드로 돌아왔다. 미국은 저녁만 되면 금방 어두워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밤의 어둠은 화려한 가로등에 휩싸여 사라진지 오래이다. 서울은 어딜가든 밤에도 낮처럼 환하다. (도쿄처럼…)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둠이었다. 그래도 잠이 잘와서 좋았다. 어두우니깐 말이다.
돌아와서는 호스텔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스위스에서 온 친구인데 일을 하다가 잠깐 쉬면서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굉장히 멋졌다. 나는 2주 일정인데도 너무 힘들어 하는데 하하 하고 웃는다. 이 친구는 3~4개월에 걸친 일정이라고 한다.
호스텔에서는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좋은 사람 같아서 친하게 지냈다. (사람도 잘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
한국에서 온 친구도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한국인이라 반가웠다.
다들 나름 서로의 고민과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정신없이 노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엘에이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